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1월 22nd, 2009 at 3:02 오전 - Hoon (단상) · Print
오늘 메일을 보니 알라딘 서점에서 보낸 메일 중에 이런 제목으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으세요?
신간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F.스캇 핏츠제럴드)’ 의 홍보차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이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 이라는 배우가 주연하는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인 듯 하다.
나는 자주 “빨리 나이 먹어서 중년되고 노년되고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빨리 끝나면 좋겠다” 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것이 “다시 중학교 고등학교 실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고 덧붙인다.
물론 중고등학교 시절이 즐거웠고 재미있던 추억인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다. 그 재미난 시절, 친구들, 꿈들 보다 그 이후에 남겨질 시간들이 너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힘들고 힘들게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겨우 30대 막바지에 왔는데 그 시절로 다시 휙 하고 돌아가는 것은 마치 보드판의 절반을 왔는데 시크릿 카드를 잘 못 선택해서 ‘다시 출발점 으로~’ 가버리는 주사위 게임같다.
지금도 그런 느낌이지만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되돌아 가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문득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생겼다. 그 질문에 달린 답글들을 보니 사람들은 즐거웠던 추억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스러운 추억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김진중 - Nostalgia
지난 시절의 잘못들을 생각하면서 현재 후회하는 것 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겠지만 그 시절의 내가 아닌 현재 나의 모습으로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꼭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
그것은 93년 4월.
대학2학년이면서도 나는 너무 어렸었다. 남들 다 끝난 사춘기를 그때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병상에서 간경화 말기로 거의 죽어가던 아버지를 나는 사랑하지 못했고, 안아주지 못했다. 오히려 오랜 투병생활로 피폐해진 가족관계와 최악으로 나빠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내가 만약 아버지 처럼 불치병에 걸린다면 차라리 자살하고 말겠다
고 모질게 아버지에게 쏘아붙였다. 불과 며칠 뒤에 돌아가실 분에게…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시절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은 너무 후회하고 있고 그 이후로 늘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고 말하고 싶다.
Woosoon
said,
1월 25th, 2009 at 6:21 오후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설이네요…
가족들에게 잘해야하는데…
참 어렵네요…
Hoon
said,
1월 27th, 2009 at 11:01 오전
그렇네요.
저만한 불효자도 없을겁니다 아마…
김미영
said,
2월 5th, 2009 at 9:04 오후
글을 읽고 메어져오는 가슴을 한 동안 그냥 그대로 내 자신에게 방치한 채 울었습니다.
내가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 말로 인해 목사님 본인 가슴에 후벼파놓아 해집어져 평생 딱지가 생기지 않는 상처로 남아 늘 조그마한 스침에도 쓰라림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아픔이 저에게도 고스란이 전이되어집니다….음악 또한 영혼 깊이 파고들며 그 아픔을 한층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조명역할을 톡톡히 하는 군요…
93년은 저에게도 대학2학년시절이군요. (목사님 재수하셨나봐요?)
우리 사회는 입시라는 체제에 순응하며 중고시절에 사춘기를 겪으며 자아를 찾아 방황과 고민을 해봐야할 기회를 박탈당했기에… 대학에 와서들 접어뒀던 고민들을 펼치며 철이 안든 본인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때 늦게 사춘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찾아 고민들을 하죠.
요즘은 대학생에게도 취업이란 또 다른 사회 체제의 대열에 발맞추기 위해 자신과의 대면할 시간을 주지도 않더군요.
…
목사님의 그 때의 그 말이 바울의 가시처럼 주님 앞에 온전히 쓰임받는 도구가 될 줄 믿습니다.
Hoon
said,
2월 5th, 2009 at 10:13 오후
내 저 재수했습니다.
재수하니까 점수가 더 내려가더군요~ 365일을 당구장에 출석도장을 찍었더니만~
게다가 졸업까지 남들보다 더 늦게 했다는 거~
우리과 교수님은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했다는 거~
꺄르르르르르륵~